주초에 본사 인사팀에서 메일이 왔다.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회사 사정도 어수선하고, 여기저기서 말도 많은데, 도대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자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슬쩍 읽고는 까먹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다른 인사팀 사람이 각 팀에 있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매달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현황을 조사해서 보고 하란다. 참 당황스러운 일이다.
"우리 솔직하게 말해볼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 라는 말은 하는 사람 A가 있고, 이 말을 하는 사람 B가 있다고 하자. A가 B의 직장 상사이거나 높은 사람일 거라는 추측을 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으로 인사팀에서 메일을 보내는 상황에 있는 조직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지를 스스로가 증명하는 꼴이다.
소위 윗사람 혹은 상사라는 자들은 자신은 늘 편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아랫것들(정말로 이렇게 생각한다!)은 말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급기야는 "우리 솔직하게 말해볼까?"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분명한 것은 이런 말이 나오는 조직의 언로는 꽉막혀 있다는 것이다.
자기는 가만히 있으면서 "편하게 하고 싶은말 있으면 다해봐."라고 대화를 시작하기 보다는, "제가 자세를 낮추고 무슨 말이든 듣겠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하기 어려웠던 말들을 해보시는게 어때요? 예를 들면, 소통이 어려웠던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라고 구체적인 문제를 꺼내서 물어 보는 게 어떨까?
소통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봐"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지 않는다. 말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자세를 낮추고 귀는 열어 두되 입은 닿고 있을 때, 그래서 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말을 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질 때 진정한 소통은 시작된다.